14일 오후3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올해들어 피부가 검어지시고 부쩍 기운없어 하시더니 5년전부터 앓아온 재생불량성 빈혈로 정기적으로 받던 수혈중 고열이 발생해 바로 입원하시고 안정을 취하는 도중 다음날 오후 심정지 쇼크가 오면서 의식을 잃고 더이상의 연명치료는 현재 상태로는 80대 중반 노인의 몸으로는 힘들다 하여 두번째 심정지때 보내드리고 말았다.

상견레전날 갑자기 발생한 재생불량성 빈혈... 불치의 병이고 젊은 이들도 몇년 못사는 병이라고 하여 아버지의 앞으로의 삶은 덤이라고 의사가 말했는데 그 덤이라는 기간동안 손자 손녀를 보고 다시 그리게된 만화로 작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해드렸다.
그리고 후회할까 싶어 자주 습관처럼 '사랑합니다 아버지'를 말했고 돌아가시기 전날 출근길에 동네 마실나오신 아버지를 보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줄은...

언젠가 이런날이 올줄알고 어머니께서 미리 알아둔 장례식장에 모셨다. 아버지의 임종후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막힘없이 진행된듯, 뭐랄까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외뿔도깨비 단행본3권을 가져왔다. 아버지의 유작... 현재15권까지 그리셨으니 내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모두 정식 단행본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난 장례식장에 가면 꼭 육계장과 편육을 즐겨 먹었는데 이젠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줄이야...

우리도 두개의 화환이 생겼다. 오른쪽 화환은 전에 지체장애인을 돌보던 신부님께 계란을 한두번 드렸는데 잊지 않고 이렇게 챙겨주실 줄이야... 와줄거라 생각했던 지인들에게 연락했고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다. 결혼식때도 신세진 분들께 다시한번더 신세를 졌으니 평생 잊지않고 챙겨 가야 할 사람들이다. 감사합니다...

임종후, 입관, 화장터에서 울었다. 뭔가 억울해서 아쉬워서 운게 아닌 이젠 아버지를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없다는 마음에 울었다. 오래전 아버지께서 쓰러졌던 그날 이후로 내수준에서 할 수 있는건 했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사무치게 후회 되는건 없다.

집에 돌아오니 병원가시기전 만화원고 그리던 아버지의 책상이 그대로 있었다. 마치 곧 돌아올 주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냥 뭔가 기운이 빠지는 기분이다.
부모님의 자리란게 이런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