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오후7시 30분
독재정권의 막을 내리게한 6월 항쟁을 기념하여 대대적인 집회를 한다는 소리에 경찰이 지레 겁을 먹었는지 이런 해괴한 바리케이트를 이순신 장군앞에 쌓아 올렸다.
오전부터 저 콘테이터 바리케이트가 인터넷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통해 안 올수가 없었다.

소통의 단절을 상징하는 거대한 조형물을 정부가 먼저 만들어 내다니, 신호등의 빨간불과 컨테이너 건너편의 장군님이 큰 한숨을 쉬실듯...

행여 집회 참가자들이 로프등으로 콘테이너를 쓰러뜨리거나 기어 오르는 것을 막기위해 컨테이너 접합부를 용점하고 표면에 공업용 구리스를 잔뜩 발라 놓았다. 사람들 말로는 건너편에는 와이어로 땅에 고정시켰다고 하던데... 기가찰 노릇이다.

넓은 콘테이너 박스의 면은 그라비티의 캔버스가 되었고 두껍게 바른 구리스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하여 무수한 피켓들로 장식이 되었다. 순식간에 서울한복판의 최대 명물이 되어 버린 콘테이너 산성? 앞에서 사람들은 기념촬영 하느라 난리다.
물론 나도 찍었다. 정말 기념사진을 안찍을 수가 없다.

오후 7시 42분
컨테이너 건너편 경찰측에서 대형 스피커가 얻혀진 거대한 사다리차가 올라온다. 모두 2개가 촛불 집회장소를 노려보고 있었다.

낙서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가도 가도 끝이없는 집회 참가의 대열... 도로 한가운데는 이미 자릴잡고 앉은 이들이 대부분이라. 그 사이를 지나다 보면 자리없다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으라고 소리친다.
미안하지만 난 이 시간을 담기위해 온것이다.

어떤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직접 만들어온 주먹밥을 얼굴도 모르는 여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약15개 정도의 주먹밥을 얼른 나누어 주시고 골목길로 사라져 버린 아저씨,
뉴스로만 듣던 이런 훈훈한 모습을 바로앞에서 목격하다니...

여학생 에게 부탁하여 촬영을 하였다.

여러 방송사의 카메라와 대형음향 장비들... 그리고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이동식 화장실이 곳곳에 배치되어 크게 어려움은 없을거 같았다.
정말 어려운점은 자리잡고 앉지 않으면 이동하는 무리에 휩쓸겨 다니기 쉽상이라는 것...

집회관련 소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양초도 무료료 나누어 주지만 인파들을 헤집고 나누어 주는 곳을 찾는 수고보단 근처에서 천원에 사는 것이 편할 것이다.
군데 군데 군것질거리를 가득담은 노점상도 이날 돈좀 벌었을지 궁금하다.
평소같으면 이런 큰 거리에 나오지 못할텐데...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원래 계획은 행렬끝까지 가면서 사진찍은뒤 다시 행렬의 앞으로 가자는 생각이었는데 사람에 밀려 반보씩 겨우 걸으며 가다 스다를 반복하다 보니 금새 피로가 몰려온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어느 단체에 의해 통제되거나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돌발적인 이벤트가 집회를 더욱 재미나게 만들고 있다.

술취한 취객이 실수로 현수막을 걷어차며 걷다 사람들의 야유를 들었다. 이런날은 그냥 집에가서 조용히 쳐드시길 바란다.

술김에 하는 집회참여는 조중동의 좋은 미끼가 될뿐이다...

앉을수 있는 곳은 이제 더이상 없다...

밤 9시 27분
한바퀴 돌고 오니 새로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름도 참 잘 짓는다.

이런 바리케이트를 구상한 녀석에겐 상 줘야 싶을듯 하다.

바리케이트 옆에 쌓여 있는 대형 스티로폼들... 이날 이 스티로폼들이 콘테이너 앞에 민중의 산성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걸 쌓아 넘자는 사람과 이것으로 새로운 자유발언대를 만들자는 두가지 의견의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것을 바로 지원이 가능하다는건 정말 배후가 있는 것일지도...

월드컵땐 붉은 악마용 소품이
오늘은 뿔난 국민의 상징이 되었다.

9시 55분
행진이 시작되었다. 이건 누구의 아이디어 였을까.
중앙차선을 중심으로 긴 촛불의 길이 만들어 졌다.
너무 나도 찍을게 많다. 너무 멋진광경이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있을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카메라로 담을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다. 가슴 뭉클한 일이다.

아이와 함께온 부모들이 매우 많다 아마도 교육적인 면이 크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학생들에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기회가 될것이다,
이건 어느 교과서나 논술 문제지 예제에도 나오지 않는 살아있는 공부이다.

다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오늘 청와대에 간다고 해도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변화는 있을 것이다.
언제나 바라는 것이지만 그 누구도 다치지 않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