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곪고 곪았던 인내심이 터지고 말았다.
갑자기 제안된 회식.
일은 밀려 있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평소 멋대로 타인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여성 프로그래머가 생각난김에 회식 하자고 난리를 치는 것이다.

더욱 가관은 자기일은 끝났으니 회식이나 하자는 식으로 말하면서
내가 금요일까지 시안을 내놓아야 해서 좀 곤란하다고 하니까
'대리님은 능력있잖아요~'
개같은 년...
마지못해 일정을 뒤로 미루고 저녁에 하게되었다.
역시 모두의 의견수렴을 얻지않고 하게된 회식은 결국 팀원중 한명이 컨디션문제로 불참하게되고. 회식중간에 평소 원활하지 못한 일전달로 달갑지않은 타부서 사람도 한명 와서 기분은 더 별로였다.
왜 그 자식을 불렀는지는 아직도 이해 불능....
(나중에 이야길 들어보니 그게 먼저 꼭 참석하고 싶다고 해서 상관은 그게 일끝낼때까지 기다렸다는 후문이...)
결국 그 자기중식적인 사고방식의 그년이 내 신경을 건들고 말았다.
최대한 말을 줄이고 술과 앞에놓인 안주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데.
뭐 사회생활을 그정도 했으면 인간적으로 대우해줘야 하지않겠냐고 하던가 뭐라던가.
평소에 존대말 하다가 일을 강압적으로 시킬땐 비인간적으로 말한다나?
아마도 평소 내가 별로아는척 안하고(그전부터 난 못마땅한게 몇게 있었다. 프로그램쪽이라 디자인 팀장인 나로선 지적에 한계가 있다) 지난번 일이 급할때 배너관련 스크립트 문제로 내가 부탁을 했는데. 그 스크립트를 한참 바빠서 정신없는 나에게 직접 소스까지 찾아줘야 작업한다고 말해서 내가 몇마디 한게 불만이었다 보다.
그거 가지고 내가 이제까지 여기서 일해온것을 인간성과 사회경험을 운운하며 한참 어린년이 주둥이를 놀리는 거에 난 잠시 뚜껑이 열려 버리고 만것이다.

생전처음 소주병을들어 밥상에 쳐 깨보았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그 재수없는 년의 면상을 어떻게 해버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로인해 반전된 분위기는
프로그램 팀장이 세상에 이런사람저란 사람있는거 아니냐고 말하면서 주먹으로 벽을 치는 퍼포먼스를 내게 보이며 쇼를 하고. (그 정신으로 사이트 리뉴얼 기획회의때 멍청한 부장에게 대들어 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정말 필요할땐 나만 떠들게 하고 입다물고 앉아 있는 주제에... 부장의 잘못된 기획안의 지적사항에 관련된 문서 작성엔 내이름 밖에 달려 있지 않다. )
그 인간성 좋으시고 나보다 사회경험이 풍부하신 어린 여성프로그래머 분은 내 상급자에게 인간성이 뭐 어쩌고 어쩌고 떠들고 잠시후에 불청객 타부서 대리녀석도 5살이나 어린게 나에게 술자리에게 그런 주사는 잘못된거라고 훈계하는 것이다.
(영업쪽은 외부 업체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대리직함을 달아준다)
기가 막혀서....
나도 잘못한건 알지만 그건 팀내 기강을 잡는데 반드시 필요한거라 보며
내 행동엔 난 후회가 없다.
조금 아쉬운건 이제 회사내 여사원들 입방아로 최고 성질 더러운 녀석으로 탑을 달릴 거라는 것이다.

여기 내 팀이고 내 부서이다.
내가 이들을 통제못하면 앞으로 다른 부서에서 오는 작업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것이고 그 책임은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그 책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때 내가 뭐라고 해야 될까?
팀원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말해야 하나?
그럼 위의 사람들이 뭐라고 말할거 같은가..
결국 나의 관리 부족으로 몰아갈것이고
잘난 그 계집은 전혀 모르는 일인 마냥 앉아서 일이나 하겠지.

협력적이지 못하고 여유롭게 떨어진 업무만 하고 바로 퇴근해 버리는 것은 알바도 충분히 할수 있는 일이고 그러한 인력은 조금만 검색해보면 널리고 널렸다.
자신이 남들보다 매우 특출난 기술이나 능력이 없다면
성실함과 희생정신만이 그 나머지 공백을 메꾸어 줄수 있다고 본다.

나에게있어 실력좀 있다고 여성이라고 하여 뭔가 특별한 대우를 바란다면 매우 잘못된 생각이며 당신은 회사를 잘못온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이곳은 드라마에서나 보던그런 으리으리한 곳도 아니다.
매일 어떠한 일이 터질지 모르고 그 일의중요도에 따라 매번 순서를 바꾸어 할수도 있는 융통성이 요구되는 개발실이다.
웹에이전시처럼 한개만 붙잡고 일을 할수 있는 곳이 전혀 아니며 한사람이라도 더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일을 하지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만큼 더 희생해야 하는 곳이다.

난 같이 일하는 여성디자이너 에게도 야근할 정도의 분량의 일을 준 적이 없다.
그 친구도 처음 1~2년간은 잘하더니만 이젠 자를 테면 자르라는 식으로 구는 지라 일이 지연될까봐 두려워서 줄수가 없다.
내 작업환경은 낳아진것이 하나도 없다.

이 모든 것보다 더 억울한건
이곳에서 7년동안 죽어라 해온일들이 새로온 이들에게 의해 무참하게 매도되는건 아닌지 걱정이된다.
나를 일중독에 빠진 비굴한 인간으로 치부해 버리는 그들이 저주스럽다.
내가 볼수없고 들을수 없는 자리에게 그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두렵고 그것을 알게 되는 날 난 어떻게 변할지 두렵다.

어쩌면 정말 시나리오가 실행에 옮겨질지도 모른다....

일은 즐겁고신난다.
행복하다
다만 사람이 싫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다시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